C.B: 3) 글과 사진, 디자인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습니다.
독립출판물이 이렇게 만듦새가 단단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제작을 하게 됐을까요?
이다희: 책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 부끄럽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의 물성 때문입니다.
책의 형태와 색, 감촉 등이 그 내용과 잘 어우러질 때
무척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렇게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책을 보면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우연히 신설화 작가님을 알게 되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고 설화 작가님과 함께 표지색상 및
사진, 금박과 같은 후가공, 면지 색상 등 시각적인 요소를 상의하는
모든 과정이 행복했습니다. 또 제작 과정에서 자간이나 좌우 여백, 문장 기호 등에 대해 촘촘한 의견을 내준 유능한 편집자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자비출판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꼴을 갖추는 것이
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원고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책의 물성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습니다.
C.B: 4) 독립출간을 위해서 배우거나, 공부한 곳이 있나요?
이다희: 2014년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독립출판 수업을 처음 들었었는데
독립출판의 세계가 이렇게 방대하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이인규 작가님의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이 잘 구축되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모든 걸 독립적으로 만들어가는
독립출판의 방식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또 문학동네의 강윤정 편집자님 수업도 들었었는데요,
이 수업을 들었을 때는 원고가 거의 마무리되고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편집자의 눈으로 제 원고를 보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했는데 실제로 책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쓰는 사람의 시선에서 만드는 사람의 시선으로 조금이나마 이동할 수 있었고,
그 수업을 들으며 원고와 책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원고에 어울리는 제목을 붙이고, 글의 배치를 고민하고, 서체나 표지 등을
디자인하는 모든 작업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던 고마운 수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립출판물 <인사의 온기> 저자인 전하영 작가의
원데이클래스를 들었습니다. <인사의 온기>는
제게 만듦새가 좋은 독립출판물의 기준이 되어준 책인데요,
‘독립출판물도 아름다울 수 있다’가 아니라
‘독립출판이어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예시가 되어준 책입니다.
독립출판을 결심한 계기가 된 책이라서 하영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