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정 그림'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시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나요?
초: 거슬러 올라가면 20여년 전 싸이월드 미니홈피(웃음)
그림판 게시판에 끄적끄적 일기처럼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던 것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작업할 때에 함축적인 표현으로
되도록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는데 그것은 개인적인 성향 같습니다.
글을 길게 썼다가도 한 줄로 줄여버리고 그림을 세세하게 그렸다가도
단순한 형태로 수정하곤 하거든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그런 성향이 극도로 발현되어 그림에 색을 거의 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시각적인 언어가 점차로 익숙해지면서 지금처럼 그림에 색채를 담게 되었습니다.
늘 감정을 짙게 느끼는 편이었고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기쁨, 슬픔, 아픔, 사랑, 불안, 즐거움 등 어떤 감정이건
바로 차분해질 수 없을 만큼 고조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한발 물러서서 제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작은 감정이라도 나에게 파동을 일으켰다면 시간을 할애합니다.
산책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목욕하며. 때로는 꽤 여러 날을 흘려보내며
충분히 음미합니다. 모래알을 흩어놓듯 얇게 펼쳐 세세히 관찰하고
감정이 생겨난 원인을 톺아보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안에서 감정이 소화되고 나면
글이나 그림으로 그 감정을 옮깁니다.
표현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감정을 창작물로 표현하고 나면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감정은 창작물 속으로 옮겨가 나와 별개의 존재가 됩니다.
그 감정이 더 이상 내 안에 머무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한 작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업도 있습니다.
매번 특별히 ‘감정’을 주제로 삼고 작업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예민하게 느껴온 감정들은 저에게 분명한 작업 동기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진한 감정들이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나고자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