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초선영 x 콜링북스 <알로록달로록: 느리게 느끼는 마음> 展
기쁨, 슬픔, 아픔, 사랑, 불안, 즐거움 등 어떤 감정이건
바로 차분해질 수 없을 만큼 고조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한발 물러서서 내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작은 감정이라도 나에게 파동을 일으켰다면 시간을 할애합니다. 산책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목욕하며. 때로는 꽤 여러 날을 흘려보내며 충분히 음미합니다. 모래알을 흩어놓듯 얇게 펼쳐 세세히 관찰하고 감정이 생겨난 원인을 톺아보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안에서 감정이 소화되고 나면 글이나 그림으로 그 감정을 옮깁니다.
슥삭슥삭 또각또각 타닥타닥
표현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감정을 창작물로 표현하고 나면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감정은 창작물 속으로 옮겨가 나와 별개의 존재가 됩니다.
그 감정이 더 이상 내 안에 머무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보는 풍경과 자전거를 타고 볼 때의 풍경, 그리고 달리기 할 때,
산책할 때 풍경은 모두 다릅니다. 우리의 속도에 따라
우리 주변의 풍경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느리게 걸으면 적은 양의 정보를 깊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한 발의 끝이 다음 발의 앞에 닿을 만큼 보폭을 아주 작게 하고 걷습니다.
작은 보폭을 따라 내 생각도 천천히 깊이 움직이길 바라면서요.
누군가 그때의 저를 목격한다면
과하게 느린 모습이 조금은 기이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전시는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며 내 안을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보관한 감정들의 모음입니다.
처음 전시의 제목을 여러 가지 빛깔의 감정들을 그려 모았다는 뜻에서
‘알록달록’으로 하려고 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다 ‘알록달록’이
‘알로록달로록’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작게 걸을 순 없지만,
나에게 중요한 시간만큼은 되도록
천천히 지나치고 싶습니다.
‘알로록달로록’이 ‘알록달록’보다 조금 더 길게
소리 나는 그 차이만큼이라도요.
전시를 감상하는 분들이 그림을 안경 삼아
자신 안의 알로록달로록한 면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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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록달로록: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표준국어대사전>
*알록달록: ‘알로록달로록’의 준말. <표준국어대사전>